국제정치 · 1시간 전

미국 중간선거가 바꿀 세계, 그리고 한국의 선택

중간선거에서 패배했지만 트럼프의 미국은 끝나지 않았다

전통적 강세 지역에서도 패한 트럼프, 미국은 무엇을 선택했나

변화할 미국, 트럼프의 대응, 한국에 미칠 영향은?

행정명령에 서명 중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United States Senate - Office of Dan Sullivan)
행정명령에 서명 중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United States Senate - Office of Dan Sullivan)

11월 3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탈환했다. 텍사스와 캔자스,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공화당의 전통적 강세 지역, 굳건히 트럼프를 지지하던 지역까지 민주당에 넘어간 것은 트럼프 입장에서는 쓰라린 패배다. 2024년 트럼프를 백악관으로 다시 들여보낸 미국인들이 불과 2년 만에 '앵그리 트럼프'(트럼프에 분노한 시민들) 로 변한 결과다.  

미국 언론 보도와 평론가들의 논평을 종합하면 이번 선거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미국인들은 강한 미국을 원했지만, 그 대가로 자신들의 생활이 어려워지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다. 트럼프가 약속했던 강한 미국, 세계를 이끄는 미국의 부활은 왜 그의 정치적 위기로 돌아왔을까. 그리고 이 변화는 한국에 어떤 기회와 위험을 가져오게 될까? 

1. 트럼프의 패배, 미국인들은 무엇을 거부했나

트럼프의 정치적 부활과 재집권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민주당의 바이든 대통령 집권 기간 동안 급격히 상승한 물가에 대한 불만, 불법 이민 문제,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 그리고 세계를 상대로 미국의 이익을 관철할 강력한 지도자에 대한 기대가 트럼프를 다시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강한 미국' 을 약속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은 역설적인 결과를 낳았다. 미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며 부과한 관세는 수입품의 가격을 높여 미국인에게 부담이 됐고, 미국의 힘을 보여주겠다며 시작한 이란전쟁은 에너지 가격과 생활비 상승을 부추겼다. 미국의 강력함을 보여주기 위해 밀어부친 정책들, 대 이란 전쟁과 관세의 비용이 미국 가정의 주유비와 식료품 가격으로 청구되기 시작한 것이다. 트럼프가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가 결국 미국인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번 중간선거 결과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민주당의 승리가 진보 진영 결집의 결과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화당 지지 지역과 일부 청년·라틴계 유권자들까지 트럼프 지지에서 상당 수 이탈한 것이 확인됐다. 이는 마가(MAGA) 세력, 공화당 전통 지지층, 러스트벨트를 넘어 라틴계까지 일부 흡수했던 트럼프의 정치적 연합에 균열이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미국인들이 트럼프의 일방주의에 싫증을 내고 다시 진보적으로 변화한 것일까?  아직까지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유권자들이 거부한 것은 보수주의 자체보다 트럼프식 통치에 들어가는 고비용과 사회적 혼란이다. 

메사추세츠 주 콩코드에서 열린 트럼프 반대 '노 킹스' 시위에 나선 시민. 민주당 모자를 쓰고 있다.
메사추세츠 주 콩코드에서 열린 트럼프 반대 '노 킹스' 시위에 나선 시민. 민주당 모자를 쓰고 있다.
 (사진=Victor Grigas·위키미디어 커먼즈(CC BY-SA 4.0))

2. 민주당의 부활, 이념보다 생활을 선택하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보여준 가장 중요한 변화는 정치적 메시지의 전환이다. 민주당은 트럼프를 민주주의의 적으로 규정하고 그의 개인적, 도덕적인 흠결을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2024년 대선을 통해 이미 배웠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접근법을 택했다. 트럼프 개인의 도덕성 문제보다 그의 정책들에 집중했다. 관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 의료비와 주거비 부담, 이란 전쟁이 초래한 경제적 손실 등 유권자의 일상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중간선거 유세 내내 트럼프가 자신의 치적으로 문화전쟁과 이민 문제를 내세우고 정치적 권위를 강조하는 사이, 민주당은 치솟은 장바구니 물가와 가계 부담을 꾸준히 이야기했다. 선거 승리를 위해 전통적인 민주당 아젠다인 정체성 정치나 사회문화적 의제를 잠시 접어두고, '먹고 사는 문제'를 공세의 중심에 놓기 시작한 것이다. 2028년 대선을 향한 민주당의 전략도 민생 문제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역시 시험대에 올랐다. 만약 민주당이 의회 권력을 되찾은 이후에도 트럼프의 일방적 정책에 제동을 걸지 못하거나 대통령에 대한 조사와 정치적 공방에만 몰두한다면, 공화당에 맞설 차기 대권 주자로 그럴 듯한 인물을 내세우지 못한다면, 이번 승리는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

3. 트럼프의 레임덕? 더 험난한 2년이 될 지도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면서 트럼프 정부는 '여소야대' 상황을 맞게 됐다. 예산과 입법, 고위직 인준, 행정부에 대한 의회 조사 등에서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견제를 받게 될 것이다. 특히 민주당이 상원까지 확보했다는 사실은 치명적이다. 트럼프가 원하는 인사를 주요 행정부 직위와 연방법원에 앉히는 과정부터 어려워질 수 있다. 행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과 대통령 주변의 이해충돌 문제를 둘러싼 의회 조사도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탄핵 논의가 재점화될 여지도 있지만, 실제 대통령 파면에 필요한 상원 3분의 2 찬성을 확보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러나 트럼프의 정치적 영향력이 약화됐다고 해서 대통령으로서의 실질적인 권한까지 같은 비중으로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대통령은 여전히 외교와 안보, 행정명령, 일정 범위의 관세 정책에서 강력한 재량권을 가진다. 의회가 법률을 통과시키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중간선거 유세 중에 민주당이 의회를 가져간다면 '민주당의 모든 법률에 비토(거부권)를 하겠다' 고 공언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국내 정치의 교착을 외교적 성과로 돌파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우크라이나와 이란전쟁의 완전한 종결, 중국과의 과감한 무역협상, 북한과의 정상회담 등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 그 과정에서 상대방을 강하게 압박해 최대한의 양보를 얻어내는 트럼프 특유의 협상 방식은 오히려 더 강해질 것이다. 

백악관 이스트윙을 해체하고 지어지는 무도회장 공사 현장. 트럼프는 워싱턴 정비와 무도회장 건립을 본인의 치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사진=G. Edward Johnson·위키미디어 커먼즈(CC BY 4.0))
백악관 이스트윙을 해체하고 지어지는 무도회장 공사 현장. 트럼프는 워싱턴 정비와 무도회장 건립을 본인의 치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사진=G. Edward Johnson·위키미디어 커먼즈(CC BY 4.0))

4. 한국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관세다

한국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통상정책이다. 트럼프의 일방적인 관세 정책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정치적 심판의 대상이 됐다. 미국 소비자들이 관세를 자국 기업을 보호하는 수단이 아니라 생활비를 높이는 부담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한국에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했다고 해서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자동으로 철폐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 등 기존 법률에 근거해 상당한 관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민주당이 이를 제약하려면 입법과 예산, 의회 감독을 활용해야 하지만 대통령의 거부권이 여전히 장애물이다. 더욱이 미국 제조업 보호와 공급망의 자국 중심 재편은 공화당만의 정책이 아니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 강력한 산업보호 정책을 추진했다.

트럼프식 관세전쟁에 대한 반감이 곧 정책의 철회로 이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미국에 대해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약속을 안고 있다. 미국 의회가 이 투자사업의 경제성과 집행 과정을 따져 묻기 시작하면 일부 사업의 재조정이나 협상 여지가 생길 수 있지만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이라는 초당적 이해관계 때문에 투자를 계속 압박할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다. 

한국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관세 철폐를 기대하기 보다 미국 소비자와 산업계가 관세 때문에 입는 피해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만약을 대비해 민주당과 공화당 양쪽에 긴밀한 협상 상대를 확보해야 한다. 이제부터는 백악관과의 정상외교 뿐 아니라 미 의회, 민주당, 주정부, 산업계까지 포함하는 다층적인 경제외교가 더욱 필요하게 됐다. 

5. 한미동맹, 트럼프는 더 많은 비용을 요구할 수도 있다

트럼프의 정치적 약화가 한미동맹에 반드시 유리한 것 또한 아니다. 방위비 분담과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의 안보 기여 문제는 여전히 살아 있다. 트럼프가 국내에서 정치적 성과를 얻기 어려워질수록 동맹국으로부터 더 많은 비용과 양보를 받아냈다는 사실을 자신의 협상 성과로 홍보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미국 의회 내의 권력 변화는 한국에 새로운 외교적 기회를 열어줄 지도 모른다. 전통적인 동맹의 가치와 국제적 신뢰를 강조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물론, 동맹의 전략적 중요성을 중시하는 공화당 인사들과도 협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의 요구에 무조건 응하거나 반대로 트럼프의 정치적 약화를 기대하며 버티는 전략만을 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미동맹이 미국에도 필요한 전략적 자산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억제뿐 아니라 조선업, 반도체, 첨단기술, 인도·태평양 안보에서 한국이 제공하는 가치를 분명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6. 북미 정상회담이 트럼프가 선택할 반전 카드가 된다면

중간선거 결과는 남북관계에도 새로운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첫 번째 임기 동안 김정은과 세 차례 만났다. 비록 실질적인 비핵화 성과를 얻지 못했지만, 북한 지도자와 직접 만나는 파격적인 외교를 자신의 성과로 평가해 왔고 중간선거 연설에서도 꾸준히 강조해왔다. 트럼프가 대외정책에서 반전카드를 찾는다면 북미 정상회담은 유력한 선택지다. 특히 이란전쟁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는 것은 미국이 또 하나의 안보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 

러시아 측과 회담하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Office of the President of Russia·위키미디어 커먼즈(CC BY 4.0))
러시아 측과 회담하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Office of the President of Russia·위키미디어 커먼즈(CC BY 4.0))

그러나 지금의 북한은 2018년과 다르다. 핵과 미사일 능력을 강화했고, 러시아 및 중국과의 관계를 통해 미국에 대한 협상 의존도도 낮아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으로 경제 상황 또한 다소 나아졌다는 평가도 있다. 김정은 입장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서둘러야 할 이유는 과거보다 줄어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회담의 결과와 내용이다. 트럼프는 이미 김정은과의 회담에서 '하노이 노딜' 을 경험한 바 있다. 그가 자신의 외교적 성과를 위해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는 수준에서 군비통제나 긴장 완화에 합의하려 한다면, 한국 입장에서는 곤란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북미회담 가능성은 우리 정부입장에선 기회이자 위험 부담이 큰 시험대다. 미국의 대북 대화 재개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되, 한국이 배제된 채 한반도의 미래가 결정되는 상황만큼은 막아야 한다. 최근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북미 관계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우려스런 지점이다. 

7. 이란전쟁 파병 압박은 약해질 것인가 

가장 민감한 문제는 이란전쟁과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의 군사적 역할이다. 미국은 한국에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을 위한 군사적 기여를 강하게 요구해 왔다. 우리 정부도 군사적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현지 상황을 조사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이란전쟁에 대한 미국인의 불만이 공화당 패배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은 한국에 새로운 협상 여지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은 의회 다수당으로서 전쟁 수행 비용을 검토하고 군사작전의 정당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추가 군사비 지출과 전쟁 확대에도 반대 입장을 강화할 전망이다. 전쟁 관련 청문회를 개최하고 트럼프 정부 고위직들을 소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렇다면 한국에 대한 파병 압박은 약해질까? 

튀니지 해상에서 리비아 군과 연합훈련 중인 미 해병대. (사진: 미국 전쟁부 X @DeptofWar)
튀니지 해상에서 리비아 군과 연합훈련 중인 미 해병대. (사진: 미국 전쟁부 X @DeptofWar)

트럼프는 오히려 미국의 군사적·재정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국과 다른 동맹국들의 참여를 더욱 강하게 요구할 수도 있다. 미군의 부담을 동맹국이 나누어야 한다는 주장은 트럼프의 기존 외교 철학과도 일치한다. 따라서 한국은 이란전쟁에 직접 참여하는 문제와 국제 해상교통로의 안전을 확보하는 문제를 분리해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미국이 시작한 전쟁에 한국이 무조건 참여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파병 여부는 작전의 목적과 범위, 국제법적 근거, 장병의 안전, 국회의 동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해야 한다. 특히 전쟁이 협상 국면으로 접어든다면 직접적인 전투 참여보다 인도적 지원, 전후 복구 등 비전투적 기여로 참여할 수도 있다. 

8. 트럼프 이후에도 계속될 미국의 변화  

이번 중간선거로 미국 정치의 시계는 사실상 2028년 대통령선거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화당에서는 차기 주자들의 경쟁이 본격화될 수 있다. 트럼프의 강경한 지지층을 계승할 것인지, 그의 정책을 유지하되 정치적 스타일을 수정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다. 밴스 부통령,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 또 다른 인물이 나설지도 모른다.  민주당도 새로운 리더십을 선택해야 한다. 이번 승리를 이끈 경제 중심의 실용적 노선을 이어갈 것인지, 의회 장악을 계기로 보다 진보적인 개혁에 나설 것인지에 따라 2028년의 전망은 달라질 것이다. 그러면서 2024년의 패배를 복기하고 공화당 후보에 맞설 강력한 대선주자를 세워야 할 숙제도 안게 됐다. 

그러나 차기 대선에서 공화, 민주 어느 정당이 승리하더라도 트럼프 이전의 미국으로 완전히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국과의 전략경쟁, 제조업과 공급망 보호, 동맹국에 대한 더 큰 역할 요구는 이미 미국 정치의 구조적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트럼프는 이 변화를 극단적인 방식으로 밀어붙였지만, 그의 시대가 끝난다고 해서 큰 흐름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이 주목해야 할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의 대미외교는 트럼프라는 한 사람의 요구와 개성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왔다. 그러나 이번 선거 이후에는 백악관과 의회, 공화당과 민주당, 중앙정부와 주정부를 모두 상대해야 할 장기적이고 다각적인 외교전략이 더욱 중요해졌다.

미국 유권자들은 트럼프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지만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 정책, 동맹에 대한 비용 분담 요구까지 완전히 폐기한 것은 아니다.

트럼프는 이번 선거에서 패배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만들어 놓은 미국의 변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한국이 진지하게 준비해야 할 것은 트럼프 이후에도 계속될 새로운 미국과의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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