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6. 5. 31.
거대여당의 오만이 낳은 함량미달 후보자들
여당인 민주당 후보들의 자질부족, 준비부족이 심각한 수준
여당 프리미엄을 믿고 자기 공약조차 숙지하지 않는 안일함은 대체 무슨 배짱인가
그럼에도 대부분의 지역에서 여당 후보가 우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국가에
코앞으로 다가온 6·3 지방선거 본투표일. 후보자들의 자질을 검증하는 TV 토론회도 끝났지만 유권자들이 느끼는 감정은 기대감보다 깊은 실망감과 자괴감이다. 거대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준비 부족과 자질 하락은 눈에 띌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지난 5월 29일에 열린 강원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 나왔다. 민주당 우상호 후보는 86운동권 출신의 4선 의원이자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이재명정부의 핵심 인사다. 당내에서 전략과 정무를 도맡던 '브레인'으로 통했기에 현직 지사임에도 여론조사에서 밀리던 국민의힘 김진태 후보를 상대로 우세한 토론을 펼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김 후보가 우 후보의 선거 공보물을 들고나와 공약을 조목조목 묻자, 우 후보는 본인이 내세운 '정자리 관광단지', '광덕터널' 등 핵심 공약의 지명과 위치조차 제대로 답하지 못한 채 45초간 서류만 뒤적였다. 자신이 속했던 이재명 정부의 공식 통계 자료마저 부정하며 엉뚱한 다툼을 벌이는 모습에 국회와 청와대에서 함께 일했던 이들조차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함량 미달의 모습은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목격된다. 인천시장 선거에 나선 민주당 박찬대 후보는 현직 시장인 유정복 후보의 송곳 질문에 토론 내내 쩔쩔맸다. 인천의 연간 관광객 수나 바이오벤처 예산 삭감 내용 등 지역의 사활이 걸린 숫자를 묻는 질문에 박 후보는 그저 '모른다'로 일관했다. 용인시장에 출마한 현근택 후보는 한술 더 떠 "현재 거주하는 자택의 정확한 주소를 아느냐", "위장전입 아니냐"라는 상대 후보의 직격탄에 당황하며 말을 흐렸다. 100만 대도시의 행정을 책임지겠다는 시장 후보가 자기가 사는 집 주소도 모르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민주당 후보들의 이러한 수준 저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준비 부족을 넘어 선거에 나설 기본적인 역량을 의심케 하는 모습들이 허다하게 목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현직 지자체에서 추진 중이거나 법 개정까지 완료된 사업을 슬그머니 가로채 본인의 참신한 공약인 양 가로채 포장하고, 야당 지자체장의 세부 공약을 토씨 몇 개만 바꿔 베끼는 행태가 허다하다. 정책의 팩트와 수치, 기초 용어조차 혼동하면서 정작 사생활과 도덕성 검증이 시작되면 짜증을 내거나 "검사 취조하느냐"라며 감정적으로 응수하는 몇몇 민주당 후보들의 태도는 대체 무엇을 위해 출마를 했는지, 공직의 의미를 알기는 하는지 당혹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전국 대부분의 격전지에서는 여당인 민주당의 후보들이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고공행진 중인 대통령 국정지지율, '국정 수행', '이미 정해진 일정'을 명분으로 주요 격전지를 순회하는 대통령의 후광 효과, 그리고 여당 지자체장이어야 정부 지원과 예산을 끌어올 수 있다는 '지역발전론'이 유권자의 눈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민주당 후보들이 이토록 미숙하고, 준비되지 않은 모습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이유 역시 바로 이 '여당 프리미엄'에 있다. 국회의 압도적 다수의석을 바탕으로 거칠 것 없이 입법 폭주를 이어가는 거대 권력의 그늘 아래 있다 보니, "대충 해도 당선될 수 있다"라는 오만과 타성이 후보자들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에 대한 치열한 공부도, 공직에 대한 성찰도 없이 일단 출사표부터 던지고 보는 심리가 저변에 깔려 있다. 정치를 오직 정당의 바람과 구도, 줄 서기라는 '운'에 의해 좌우되는 업으로 여기는 해묵은 선입견 또한 후보자들이 더 뻔뻔해지도록 부추기고 있다.

이런 흐름은 지방자치의 본질인 '풀뿌리 민주주의' 를 훼손하는 '중앙 정치의 지방 식민지화'와 다름없다. 중앙에서 다선의원을 하다가, 줄을 잘 선 덕에 권력의 전리품 챙기듯 내려온 자격 미달의 후보들이 정당 간판만으로 당선되는 악순환이 고착화되면, 정당들은 다음 선거에서도 지역을 위해 헌신할 일꾼 대신 줄 잘 서는 중앙 정치인만 공천하는 악습을 반복할 것이다.
이 안일함의 대가는 결국 국민의 피해로 귀결된다. 무지하고 뻔뻔한 이들에게 지역 정치와 살림을 맡겼을 때 풀뿌리 민주주의는 그 뿌리부터 흔들리고 사회 전체가 퇴행할 수밖에 없다. 유권자가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후보의 자질과 공약을 냉정하게 검증해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권력의 오만을 꺾는 것은 결국 현명한 유권자의 한 표다.
카타리나타 논설위원
- 김승원 후보자, 법무부 장관 자격 없다2026. 9. 15.
- 김민석은 왜 ‘보완수사권 폐지’를 말했나2026. 6. 26.
- 정청래 전격 대표직 사퇴, 연임 도전 시사 "李대통령과 한몸 공동체"2026. 6. 24.
- '미공개정보 주식거래' LG家 장녀 부부 실형 구형…"내부자거래"(종합)2025. 12. 16.
- 무력충돌 임박했나…美전투기 2대, 베네수엘라 접근 비행2025. 12. 10.
- '송파 세모녀 비극' 더이상 없게, 의료급여 부양비 26년 만에 폐지2025. 12. 9.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