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6. 9. 15.
김승원 후보자, 법무부 장관 자격 없다
김승원에게 제기된 의혹은 사법시스템의 공정성과 직결
과거 같으면 의혹 중 하나만 제기되어도 물러났을 것
김승원 임명은 사법시스템 사유화 시도, 국정에 대한 모독이 될 것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그가 왜 법무부 장관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과 후보자의 해명을 종합할수록 임명을 강행해야 할 이유보다 철회해야 할 이유가 더 분명해졌다.
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제약회사 관련 청탁 의혹과 그 과정에서 드러난 사업가와의 부적절한 사적 관계 의혹, 판사 자녀의 의원실 채용을 둘러싼 특혜 논란, 배우자와 자녀가 함께 근무한 기관의 정부 바우처 수익과 가족 급여 문제, 경기도당위원장 시절 급여 페이백을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이 잇따라 제기됐다. 음주운전과 자녀의 교육 목적 위장전입은 후보자도 인정했다. 이제 그런 흠결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각각의 사안에 후보자 측의 해명이 있다는 것은 안다. 그러나 법무부 장관 인사는 형사재판이 아니다. 모든 의혹이 범죄로 확정돼야 부적격인 것이 아니다. 법과 원칙을 집행하고 형사사법 체계를 책임질 사람에게는 일반 공직자보다 훨씬 엄격한 도덕성과 공정성, 이해충돌에 대한 감수성이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청문회에서 나온 김 후보자의 답변은 더욱 실망스럽다. 배우자 사업장에서 근무하며 급여를 받은 아들과 관련한 지적에 김 후보자는 아들이 연세대를 졸업하고 대학원 석사과정을 밟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아들이 더 좋은 곳에 갈 수도 있었고 교수가 될 수도 있었지만 장애인 돌봄 일을 택했다는 취지의 설명도 했다.
뜬금없는 아들자랑에 어리둥절한 것은 국민들 뿐일까? 청문위원들이 물은 것은 가족이 함께 근무하는 기관에서 발생한 공적 재원, 급여 지급의 적정성이다. 명문대 출신이라는 사실이 채용과 급여의 정당성을 입증하지 않는다. 오히려 후보자의 답변에서는 학벌주의와 돌봄노동을 바라보는 시혜적 인식마저 엿보인다.
어색한 풍경은 또 벌어졌다. 후보자는 가족, 특히 아내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보였다. 서영교 법제사법위원장도 눈물을 훔쳤다. 인간적으로 가족의 사연에 공감할 수는 있다. 그러나 후보자에 대한 수많은 핵심 의혹을 규명할 증인 채택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청문회에서 위원장까지 감정을 드러낸 것은 어색하고 부적절했다.
김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 가운데 특히 엄중한 것은 사법 시스템의 공정성과 직결되는 사안들이다. 그는 제약회사 임상시험과 관련해 식약처에 민원을 전달한 사실이 있고, 이를 둘러싸고 사적 이해관계에 따른 청탁이 아니었느냐는 거센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사업가와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진, 민망하리만치 친밀한 표현 역시 두 사람의 관계와 청탁의 성격에 대한 의문을 키웠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김 후보자가 이재명 대통령 형사사건의 공소취소를 주장해 온 정치인이라는 점이다. 대통령 본인의 재판 문제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그 사건의 공소취소를 주장했던 인사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 자체가 심각한 이해충돌, 민주주의 파괴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다.
과거 같으면 이 가운데 하나만으로도 후보자의 거취가 논란이 됐을 사안들이다. 그런데 지금은 의혹이 거듭될수록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기는커녕 각각의 문제를 개별적으로 해명하며 임명을 관철하려는 모습이다.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반드시 김승원이어야 하는가.
법무부는 지금 수사·기소 체계 개편이라는 중대한 변화를 앞두고 있다. 어느 때보다 국민의 신뢰가 필요한 시점이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국민적 우려도 크다.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런 법무부의 수장에 사적 청탁과 이해충돌, 특혜채용, 공적 재원 사용을 둘러싼 의혹이 중첩되고 음주운전과 위장전입 전력까지 있는 인물을 앉혀야 할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
김 후보자는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옳다. 대통령 역시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다면 문제의 성격은 달라진다. 더 이상 한 장관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이 자신의 형사사건과 직접 관련될 수 있는 법무부 수장 자리에 왜 이토록 논란 많은 정치인을 고집하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사법개혁은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하는 것이다. 그 개혁을 책임질 사람의 임명부터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자초한다면 개혁의 명분도 훼손된다.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 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법과 원칙, 그리고 사법 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지켜야 하는 자리다.
김승원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부적격 인사 한 명을 밀어붙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법 시스템의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고, 국가의 법무행정을 정치적 이해 아래 두는 일이다. 그것은 국정에 대한 모독이다.
카타리나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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