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2026. 6. 26.
김민석은 왜 ‘보완수사권 폐지’를 말했나
아무리 봐도 어색한 총리의 '보완수사권 폐지' 정부 입장 발표
강성지지층에 휘둘리는 정치인들의 당권경쟁 수단이 된 사법정책
정부 자문위원들마저 반대하는 보완수사권 폐지, 사법과 민생이 무너지고 있다

어제 김민석 국무총리가 기자회견을 통해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가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별도의 정부 입법 대신 결정을 국회로 넘기겠다고 말했다. 회견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형식이 매우 어색하다. 여당이 주장하는 소위 ‘검찰개혁’ 의 내용인 보완수사권 문제에 대한 브리핑은 법무부장관이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도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으로 총리가 이 문제에 대해 밝힌 것은 왜일까. 청와대와 이재명 대통령은 그간 줄곧 ‘보완수사권 유지’ 입장을 밝혀왔다. 그런데 이 대통령의 지원을 받고 있는 김총리의 입장은 청와대와 반대인 것이다. 김총리의 어제 회견은 겉으로는 ‘갈등 조정', 그리고 ‘국회 존중’의 모양새를 띠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다가오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겨냥한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는 ‘문조털래유’ 대 ‘한강새똥돼주길’ 이라는 희한한 신조어가 등장하면서 당청 지도부, 그리고 양쪽을 지원하는 유튜버들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취임 갓 1년을 넘긴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로서는 유래없이 험악한 상황이다. 송영길 전 대표 등 민주당 친명계 의원들마저 ‘정청래가 연임하면 이재명 대통령은 레임덕’ 이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고 있다. 대통령을 돕겠다는 것인지, 말겠다는 것인지 헷갈리는 언사다.
이러한 시점에 김 총리가 보완수사권 폐지 결정을 국회로 미룬 것은 민주당 지지층을 향한 명백한 ‘신호 보내기’다. 강성 지지층의 ‘무조건적인 검찰 혐오’ 정서를 자극하면서, 다가올 8월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이 자신을 지지해야만 대통령 뜻대로 보완수사권 폐지를 저지하거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일종의 레버리지로 삼으려는 포석이다. 이에 정청래 전 대표가 즉각 페이스북을 통해 “시간 끌기”라며 불만을 표시한 것 역시 이러한 정치적 셈법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검찰청 폐지와 수사권 조정 문제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당정 갈등의 가장 격렬한 지점이었다. 모든 면에서 검찰의 탄압을 받았다고 주장했던 이재명이지만, 막상 대통령이 된 후에는 ‘잘 드는 칼’ 로서 검찰 기능이 용이함을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자신의 '사법 리스크 관리(공소취소 등)' 를 위해 보완수사권 존치라는 한 장의 카드 또한 필요했을 것이다.
반면 온라인 커뮤니티를 장악한 강성 지지층들은 이 대통령의 입장에 실망감을 표하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압박해 왔다. 이미 검찰청이라는 이름과 조직이 사라지게 되었는데도 말이다. 결국, 이 와중에 다음 총선 공천권이 걸린 여당의 전당대회를 앞둔 정치인들이 이 극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고 있다. 국가 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중요한 정책 결정을 정략적 도구로 소모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인들이 개인적 영달과 표 계산에 몰두하는 사이, 정작 사법 현장은 무너지고 있다. 검찰청 기능이 붕괴되어 유명무실해지고 기존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수사 기간은 무한정 늘어나고 있다. 어떤 지청에서는 검사 1인당 미제사건이 500건이 넘어가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청 폐지로 인한 사기 저하, 잦은 특검과 합수부 파견으로 절대적 인력도 부족하니 민생 사건은 계속 뒷전으로 밀리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마저 완전히 폐지된다면 성범죄, 아동·장애인 학대 등 정밀한 법리 검토와 보완이 필수적인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수사에는 치명적인 구멍이 날 것이 뻔하다. 대부분의 법조인들, 총리실과 여당의 자문위원들까지 보완수사권 폐지에 부정적인 것이 이 때문이다.
권력 기관 개혁, 검찰개혁 이라는 명분 뒤에 숨어 민생을 인질로 잡는 정치적 야합은 이제 멈춰야 한다. 사법 체계의 개편은 개인의 영달이나 당권 경쟁의 레버리지가 아니라, 오직 국민의 안전과 권익 보호라는 기준 위에서만 논의되어야 한다.
카타리나타 논설위원
- 김승원 후보자, 법무부 장관 자격 없다2026. 9. 15.
- 정청래 전격 대표직 사퇴, 연임 도전 시사 "李대통령과 한몸 공동체"2026. 6. 24.
- [칼럼] 청와대 수석 개편의 저의를 묻는다2026. 6. 21.
- '미공개정보 주식거래' LG家 장녀 부부 실형 구형…"내부자거래"(종합)2025. 12. 16.
- 무력충돌 임박했나…美전투기 2대, 베네수엘라 접근 비행2025. 12. 10.
- '송파 세모녀 비극' 더이상 없게, 의료급여 부양비 26년 만에 폐지2025. 12. 9.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