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1시간 전

강선우는 구속, 판결문에 오른 김병기는 기소도 아직?

  1.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춘근 부장판사는 14일 1억원 공천헌금 사건에서 강선우 의원에게 징역 2년6개월과 추징금 1억원을, 김경 전 서울시의원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두 사람을 법정에서 구속했다. 보좌관 남모씨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그런데 피고인이 아닌 김병기 의원의 이름이 판결문 여러 곳에 나온다. 김병기 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 공천 당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였다.

강선우는 구속, 판결문에 오른 김병기는 기소도 아직?

2023년 5월 16일에 방영된 MBC «PD수첩» 인터뷰에 출연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사진=MBC PD수첩·위키미디어 커먼즈(CC BY 3.0))

"카톡 말고 텔레그램으로"…강선우가 김경에게 전한 김병기의 요구

판결문에 인용된 2022년 4월 15~16일 통화에서 강선우 의원은 김경 전 시의원에게 다른 후보들이 받은 면접 질문을 알려줬다. 강선우 의원은 "오늘 보니까 그런 거 많이 물어보더라고"라고 말했다.

이어 강선우 의원은 김병기 의원에게 전달할 질문을 미리 정리하라고 조언했다. 강선우 의원은 "김병기 의원이 카카오톡 말고 텔레그램으로 '내일 나한테 이것 좀 물어봐줘' 하는 거를 보내달라고 하시더라"고 했다. 또 "김병기 의원한테 부동산 관련한 거랑, 다른 것도 만약에 좀 물어봐줬으면 좋겠다 싶은 거는 텔레로 정리해가지고 보내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통화에서 강선우 의원은 김병기 의원이 메시지를 지웠다고 전하면서, 기록이 남기 때문에 일부러 지운 것이라고 말했다. 강선우 의원의 말이 맞다면 김병기 의원은 기록이 남는 카카오톡을 지우고 텔레그램으로 면접 질문을 받으려 한 것이다.

이춘근 부장판사는 이 대화를 강선우 의원이 김경 전 시의원의 공천을 실질적으로 도왔다는 정황으로 판단했다. 이춘근 부장판사는 "강서구 제1선거구 민주당 서울특별시의원 후보 공천을 신청한 사람은 김경 등 3명이었음에도, 강선우는 공천 심사 과정에서 김경에게 위원들이 이미 다른 후보자들에게 한 질문을 알려주고 질문사항을 미리 준비해 간사 김병기에게 전달하라고 하는 등 김경이 공천받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조언을 했다"고 적었다. 그리고 이 정황을 공천 청탁과 함께 1억원이 건네졌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근거로 삼았다.


1억원을 알고도 심사 자리에 있던 간사

더 직접적인 대목은 양형 이유에 있다. 이춘근 부장판사는 강선우 의원이 "김병기 의원으로부터 '돈을 돌려주고 김경을 컷오프해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도" 범행을 감추려고 공천을 한 점을 불리한 사정으로 들었다. 김병기 의원이 공천 전에 1억원이 오간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김병기 의원은 당시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였고, 김경 전 시의원은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이춘근 부장판사는 남모씨에 대해서도, 1억원을 몰래 받았다면 혼자 무마하려 했을 텐데 강선우 의원에게 보고했을 뿐 아니라 당시 공관위 간사였던 김병기 의원을 만나 상의하라는 제안까지 했다고 적었다.

1억원을 알고 한 조언, 강선우 의원이 전한 텔레그램 요구, 지웠다는 카카오톡이 묵인이 아니라 개입의 정황이라고 볼 수 있다. 묵인은 알면서 말하지 않는 일이고, 개입은 심사 과정에서 조력하는 일이다.


강선우와 김경은 구속됐는데, 김병기의 영장은 법원에 청구되지도 않았다

경찰은 지난해 9월 시민단체 고발을 받아 김병기 의원 수사를 시작했다. 의혹은 13개다. 김병기 의원은 올해 2~4월 경찰에 7차례 출석했고 마지막 조사는 4월 10일이었다.

경찰은 그로부터 약 5개월이 지난 9월 7일에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영장에는 13개 의혹 가운데 5개가 담겼고, 그중에 강선우 의원의 공천헌금 1억원 수수를 묵인한 업무방해 혐의가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9월 11일 이 영장을 법원에 청구하지 않고 경찰에 돌려보냈다. 서울중앙지검은 김병기 의원이 7차례 소환에 응했고 마지막 조사 뒤 영장 신청까지 약 5개월이 지났다는 점을 들어 구속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부 혐의는 증거를 보강하라고도 요구했다. 경찰이 조사 뒤 약 5개월을 보낸 것을 검찰이 반려 사유로 삼은 것이다.

경찰은 보완수사를 한 뒤 영장 재신청 여부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경찰 관계자는 영장 없이 불구속으로 송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선우 의원은 징역형을 받았고, 김경 전 시의원은 구속됐고, 보좌관은 유죄를 받았다. 1심 법원이 1억원이 오갔다고 인정한 날에도 김병기 의원은 아직도 경찰 수사를 받는 단계에 있었다.

돈을 받은 사람과 준 사람은 먼저 구속됐다. 김병기 의원은 의원 아직 기소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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