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1시간 전

추미애 "사과를 바라시니까 사과"…민주당은 네 번 대신 사과

추미애, 소방을 "재정 빨대"에 빗댄 지 나흘 만에 사과

보다못한 민주당이 네 차례 대신 사과했다

"사과를 바라시니까"사과한다... 일파만파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국정감사에서 소방 예산을 "재정 빨대"에 빗댄 발언을 두고 소방노조와 국민의힘이 사과를 요구했고, 부천 공장 화재로 소방관이 순직한 뒤에는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원내대변인·대표·경기도당이 잇달아 대신 사과했다. 추 지사는 17일 빈소에서 "사과를 바라시니까 정말 마음을 다해서 사과드립니다"라고 말했다.


국감 발언 하루 만에 소방노조 성명, 이틀 만에 관사 방화 허위신고까지

논란의 발언은 13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이 소방 예산에서 국비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하자 추 지사는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답했다. 추 지사는 경기도 소방 인건비가 2027년에 1조1000억원, 사업비가 5000억원가량 든다고 덧붙였다. 추 지사는 8월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한 뒤부터 소방관이 국가직인데 경기도가 비용을 대는 구조를 불합리하다고 거듭 주장해왔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14일 성명을 내 전국 7만 소방공무원의 명예를 훼손한 모독 행위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한국노총 소속 한국소방공무원노동조합은 15일 소방은 누군가의 주머니를 축내는 빨대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기본소득당도 공개 사과와 소방 국비 확보를 요구했고,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내로남불식 이중 잣대라고 비판했다. 경기도는 국가직 전환 뒤에도 지자체가 재정 대부분을 부담하고 국고 지원 비율은 줄어드는 현실을 강조한 취지라고 해명했다.


"빨대" 사흘 뒤 소방관이 쓰러졌고, 추미애는 질문을 끊었다

16일 오전 8시38분 부천시 오정구 내동의 금속부품 도장공장에서 불이 났다. 가장 먼저 투입된 부천소방서 오정119안전센터 대원 2명이 3층에서 고립됐고, 이 가운데 김진석 소방위가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다. 소방관 5명과 공장 관계자 2명도 다쳤다.

추 지사는 제주 일정을 취소하고 오전 11시20분께 현장을 찾았다. 그러나 기자가 소방노조 반발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인상을 찡그리며 "그런 얘기 하지 말라"는 취지로 질문을 끊었다. 현장 소방관 일부는 추 지사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등을 돌렸다. 추 지사는 부상 소방관 위로와 위험물 단속을 약속했지만 현장 발언과 페이스북 글에서 "빨대" 발언은 사과하지 않았다.

그러자 전공노 소방본부는 쓰러진 소방관들을 보고도 빨대라고 말할 수 있느냐며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요구했고, 정희용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소방관의 헌신을 재정을 축내는 부담으로 여기느냐고 따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같은 날 전국체전 개회식에서 "천금을 준들 아깝겠느냐"며 소방관의 헌신을 치켜세웠다.

소방관 빨대 발언 사과하는 추미애 도지사 | 사진=jtbc 유튜브 캡쳐
소방관 빨대 발언 사과하는 추미애 도지사 | 사진=jtbc 유튜브 캡쳐

사과는 당이 먼저 했다…대변인, 원내대변인, 대표, 경기도당까지 네 번

추 지사가 질문을 끊은 날 오후 이용우 민주당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내 소방공무원과 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용우 대변인은 지방재정의 어려움을 설명하려던 취지였더라도 소방관의 노고와 자부심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고 했다.

김진석 소방위는 17일 새벽 끝내 숨졌다. 44세로 아내와 내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을 두고 있었다. 소방청은 소방장에서 소방위로 1계급 특진시키고 옥조근정훈장 추서를 추진한다.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이날 다시 한번 사죄한다고 밝혔고, 김민석 대표는 "당을 대신해" 사과한다며 추 지사에게도 자성 어린 사과를 요청했다고 공개했다. 김 대표는 당 소속 공직자의 부적절한 발언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도 했다. 이어 경기도당위원장과 지역위원장, 선출직 공직자 일동이 성명을 내 도지사 발언으로 상처받은 소방공무원과 국민에게 사죄했다.

국민의힘 경기도당은 발언은 도지사가 하고 사과는 정당이 대신하는 것이 책임 있는 공직자의 자세냐고 따지며 추 지사의 직접 사과를 촉구했다. 다만 특정 발언이나 예산 문제를 화재의 직접 원인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사과를 바라시니까"…빈소 입구에서 막힌 추미애

추 지사는 오후 2시13분께 순천향대 부천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퇴직 소방관과 소방노조 관계자들이 입구를 막고 사퇴하라, 사과하라고 외쳤다. 추 지사는 사과하겠다고 답하고 빈소에 들어가 30분 넘게 유족과 이야기를 나눴다. 한 유족은 죽고 나서야 요란하게 하지 말고 살아 있을 때 잘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따졌고, 면담 직후 고인의 장인이 탈진해 병원으로 옮겨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조문을 마친 추 지사는 취재진 앞에서 "사과를 바라시니까 정말 마음을 다해서 사과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추 지사는 구조적 재정 문제를 설명하다 나온 표현상의 실수는 인정하지만 소방관을 폄훼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국민의힘 "변명하러 간 것"이냐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사과하러 간 것입니까, 변명하러 간 것입니까"라고 물었다. 박 수석대변인은 사과를 바라니까 해준다는 것이냐며 사과가 끝까지 오만했다고 했고, 빈소는 추 지사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민원실이 아니라고 했다. 민주당 안에서도 정성호 의원이 페이스북에서 말의 본뜻이 아니라고 해명할 일이 아니라 상처받은 이들에게 사과하는 것이 도리라고 했다. 정 의원은 이어 방금 한 사과는 잘했다고 평가했다.

소방 노동계는 사과가 늦었지만 이뤄진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말이 아니라 처우 개선으로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다른 소방노조 간부는 "김진석 소방위의 희생이 없었다면 추 지사의 사과가 있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여야 지도부는 빈소를 잇따라 찾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7일 빈소를 찾아 희생을 기억하겠다고 밝혔고,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와 한정애 사무총장도 이날 조문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18일 오전, 김민석 대표는 부산 일정을 마친 뒤 18일 밤 조문할 예정이다. 영결식은 19일 부천에서 경기도청장(葬)으로 열리며, 추 지사는 20여 명 규모의 장례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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