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지원, 언제까지 ‘다문화’라는 이유로만 할 것인가

다문화가족에 대한 우대 제도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형 안심 산후조리원의 이용 순위에서 다문화가족 산모가 일반 산모보다 앞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 우대 제도의 적절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오세훈 시장은 "국민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게 다문화 가족. 지원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 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 발언 이전인 10월 26일에 이미 오시장 지시로 재검토에 들어갔다고도 지적했다.
외국인과 다문화가족에 대한 지원이 모두 '특혜'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과연 지금도 필요한 것인지, 공정한 것인지 따져보는 일까지 차별로 몰아가서는 곤란하다. 우리나라의 '다문화' 현황은 어떤 상황이며 정책은 어디에 있는가.
다문화가족 100만 명 시대, 지원 기준은 그대로인가
우리나라 ‘다문화’가족은 이미 100만 명을 넘어섰다. 2024년 다문화 혼인은 2만 1,450건으로 전체 혼인의 9.6%를 차지했고, 다문화 출생아도 1만 3,416명으로 전년보다 10.4% 증가했다. 다문화 출생아 수가 증가한 것은 12년 만이다.
여성가족부의 2024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를 보면 변화가 더욱 두드러진다. 결혼이민자와 귀화자 가운데 한국 거주 기간이 15년 이상인 사람의 비율이 52.6%에 달한다. 월평균 소득이 300만 원 이상인 가구는 65.8%로, 3년 전보다 15%포인트 늘었다. 다문화가족 자녀의 고등교육기관 순취학률도 40.5%에서 61.9%로 상승했다.
다문화가족을 한국 사회에 갓 들어온, 일률적으로 보호해야 할 취약계층으로만 바라보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물론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언어와 문화적 차이 때문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그러나 한국에서 20년 가까이 생활하며 안정적인 소득을 얻는 결혼이민자와 이제 막 입국해 한국어조차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결혼이민자를 똑같은 기준으로 지원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현재 우리의 제도는 어떠한가.
서울형 안심 산후조리원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이 1순위, 다문화가족 산모는 국가유공자 가족, 장애인, 한부모가족 산모 등과 함께 2순위에 포함된다. 쌍둥이 또는 둘째 아이를 출산한 산모는 3순위, 그 밖의 산모는 4순위로 밀린다.
공공산후조리원 우선 이용의 법적 근거는 2016년 시행된 모자보건법 시행령에 있지만, 법령이 전국에 동일한 예약 순위를 정해 놓은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순위와 감면 기준은 지방자치단체의 운영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서울형 안심 산후조리원 역시 민간 시설과 협약해 운영하는 별도의 사업이다.
이쯤 되면 이런 질문도 가능하다. “소득이 충분한 다문화가족 산모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일반 산모보다 먼저 이용할 수 있는 제도가 공정한가?” 특히 이용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 모두에게 기회가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다문화가족에 대한 우대 제도는 이들이 한국에 정착하는 초기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제도를 만든 당시와 상황이 달라졌다면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가난한 사람에게는 소득 때문에, 장애인에게는 장애로 인한 불편 때문에, 한국어가 서툰 사람에게는 언어 장벽 때문에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단지 ‘다문화’ 가족이라는 사실만으로 모든 지원의 필요성이 설명되지는 않는다.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다?
외국인 노동자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에는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특정 산업현장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주장과,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주장이 공존한다. 이 문제는 어느 한쪽만 옳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2026년 정부가 정한 고용허가제(E-9) 외국인력 도입 규모는 8만 명이다. 전년의 13만 명보다 5만 명 줄었다. 건설업 배정 인원은 2천 명이고, 제조업에는 5만 명이 배정됐다.
다만 이 숫자는 한 해 신규 입국 및 재입국을 허용하는 규모이지, 현재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전체 숫자는 아니다. 정부는 E-9 외에도 계절근로 등 다른 체류자격을 통해 외국인력을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어촌이나 중소 제조업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기여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구인난을 겪는 사업장에서는 외국인 노동력이 생산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가 필요하다는 사실과 외국인 노동자의 숫자를 계속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은 별개의 문제다.
만약 기업이 외국인 노동자를 통해 노동력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면 생산성 향상이나 근로환경 개선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겠는가.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일자리가 정말 사람이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임금과 근로조건이 그만큼 열악하기 때문인지도 재고해야 한다.
외국인력 유입이 경제 전체의 생산에 기여하더라도 그 혜택이 모든 노동자에게 고르게 돌아가는 것 또한 아니다. 특정 업종에서는 내국인 노동자의 임금이나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인력 부족을 완화해 기업의 생산과 기존 일자리를 유지하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 어느 한 쪽만 절대적으로 옳고 그른 것은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외국인 노동자의 숫자 자체보다 어떤 산업에, 어떤 조건으로 분별해서 받아들이느냐다.
현장에서의 소통과 안전을 위해 한국어 능력과 직무 숙련도를 높이고, 숙련에 걸맞은 임금과 처우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노동정책을 바꿔야 한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값싼 노동력으로만 취급하는 구조는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장기적으로 불리하고 내국인 노동자에게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의 국적 제도·외국인 복지 제도는 어떤가
독일은 2026년 기준 자녀 한 명당 월 259유로의 아동수당을 지급한다. 독일 국민만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는 아니다. 일정한 거주 및 체류자격 요건을 충족하는 외국인도 받을 수 있다.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지급되는 것이 원칙이e다. 미국은 한국이나 독일과 같은 형태의 보편적 연방 아동수당을 운영하지 않는다. 대신 자녀 관련 세액공제와 소득 수준 등에 따른 각종 지원제도가 세분화 되어있다.
나라별 복지제도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여기서 주목할 것은 외국인에게 혜택을 주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떤 자격과 조건을 충족 했을 때 혜택을 받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국적 문제도 마찬가지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것이 유독 쉽다는 주장도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일반귀화에는 원칙적으로 5년 이상 국내에 주소를 두고 거주해야 한다는 요건이 있다. 여기에 영주할 수 있는 체류자격, 생계 유지 능력, 한국어와 한국 사회에 대한 기본 소양 등도 심사하고 있다.
미국은 일반적으로 영주권 취득 후 5년이 지나야 귀화를 신청할 수 있고, 독일은 2024년 국적법 개정으로 일반귀화에 필요한 거주 기간을 8년에서 5년으로 줄였다. 일본 역시 원칙적으로 5년 이상 계속 거주해야 한다. 물론 같은 5년이라도 실제 귀화에 필요한 조건과 절차는 다르다. 거주 기간만 놓고 한국의 국적 취득 문턱이 낮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다.
복수국적 문제에는 오해가 더 많다. 한국은 원칙적으로 단일국적주의를 유지하면서 예외적으로 복수국적을 허용한다. 한국인이 자발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하면 원칙적으로 한국 국적을 상실하고, 외국인이 귀화할 때도 원칙적으로 기존 국적을 포기해야 한다. 다만 일정한 결혼이민자, 우수인재, 해외입양인, 65세 이후 영주 귀국한 동포, 일정 요건을 충족한 선천적 복수국적자 등에게는 예외가 인정된다. 이들은 국내에서 외국 국적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서약 등 법정 요건을 충족하면 복수국적을 유지할 수 있다. 일반적인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기존 국적을 무조건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적 취득의 문턱을 무조건 높이자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이미 마련된 제도가 얼마나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외국국적불행사서약을 위반했을 때 실제로 적발하고 시정할 수 있는 체계가 충분한가’, ‘국적회복 제도가 본래의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가’, ‘우수인재 특별귀화의 기준은 충분히 공정하고 투명한가’ 같은 문제들이 더 점검되어야 할 것이다.
65세 이상 재외동포에게 복수국적을 허용한 것은 외국의 연금수급권 등을 유지하면서 노년에 고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일종의 ‘인도적인’ 취지가 있었다. 이들을 건강보험이나 연금 혜택을 노리는 사람들로 일괄적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다만 국적회복 이후의 국내 정착과 재외동포의 국내 사회보장제도 이용이 법의 취지에 부합하는지는 별도로 점검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의 경우 2024년 6월부터 복수국적을 폭넓게 허용했다. 이민자가 기존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도 독일 국적을 취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국적 취득에 아무 조건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독일어 능력과 시민시험, 생계 유지 능력 등 귀화 요건은 여전히 적용된다. 복수국적의 허용 여부와 국적 취득 및 유지에 따르는 책임은 구분해서 보아야 한다.
국적보다 중요한 것은? ‘공정한 기준’이다
이민정책과 다문화 지원을 둘러싼 논쟁에는 늘 두 가지 극단이 등장한다. 외국인에 대한 우대는 모두 역차별이라는 주장과, 외국인 지원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혐오이며 차별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어느 쪽도 현실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문제들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된 논의에 들어가기도 전에 특정 인종, 국가, 종교에 대한 혐오의 언사들이 먼저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세금을 내고 가정을 꾸린 사람을 언제까지 외부인으로 취급할 것인가. 반대로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인 사람에게 어떤 책임과 의무를 요구할 것인가. 그 과정에서 기존 국민들이 느끼는 불공정은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이런 진짜 문제들을 제대로, 구체적으로 논의할 때다.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는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 다만 10년 전, 20년 전에 만든 기준을 지금까지 그대로 적용할 이유는 없다. 다문화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대할 것이 아니라 소득과 생활 형편, 언어적·사회적 취약성 등 여러가지 측면을 감안해서 지원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 역시 단순한 인력 공급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필요로 하는 능력,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의지를 갖고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국적의 가치는 단순히 취득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한 사회의 구성원이 된다는 것이 어떤 책임을 갖는 일인지 분명히 하고, 그 원칙을 모두에게 일관되게 적용할 때 국적의 가치가 지켜지는 것이다.
이제 한국도 ‘다문화’라는 이름만으로 지원을 정당화하던 시절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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