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봐도 대진연
이달 10일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한덕수를 지지한 미국은 사죄하라’고 주장하다가 경찰에 연행된 대학생들이 있었다. 주어를 읽지 않아도 ‘아, 대진연 학생들이구나’하고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첨예한 정치 상황이 있을 때마다 NL 진영에서 물리력을 가장 먼저 행사하는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하 대진연). 김정은 환영 행사, 김정은 찬양 모임을 진행하고, 세종대왕 동상에 올라가고, 미국대사관 담을 넘고, 윤소하 의원에게 흉기를 보낸 혐의로 기소되고, 여러 기관을 점거(1, 2, 3, 4)해 뉴스에 오를 때마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단체다.
어떻게 저렇게 어린 학생들이, 전과자가 될 위험을 무릅쓰고, 시대착오적 이념을 위해, 저렇게 열심히 시위를 할까? 본지 취재 결과 이는 잘못된 질문이자 접근법이었다.
대진연은 과격 친북 학생들이 모인 곳이 아닌, 과격 친북 학생을 ‘만들어내는’ 곳
대진연의 네이버 블로그엔 ‘나를 바꿔 세상을 바꾸자’라는 게시판이 있다. 쉽게 말해 ‘공개 자아비판 게시판’이다. 게시글을 읽다 보면 대진연은 원래 친북 사상을 갖고 있던 학생들을 모집하는 단체가 아닌, 철저하게 과격 단체행동에 최적화된 활동가를 ‘만들어내는’ 단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총 79건의 글이 있고, 그중 61건이 공개 자아비판 글이다. 첫 게시글은 2019년 8월이고 마지막 자아비판 글은 2024년 4월에 게시되었다. 처음 읽으면 활동일지 게시판으로 착각할 수 있다. ‘뒷담화를 근절하자’ 같은 내용에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계속 읽다 보면 끔찍함을 감출 수 없다. 대진연이 대학생들을 어떻게 세뇌하고 비인격화해 집단행동 기계로 만들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전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치심을 유발하는 공개 자아비판 글을 통해 신입 회원들의 성격 개조를 시도하는 정황도 보인다. 이곳의 공개 자아비판 글이 얼마나 자발적으로 쓰였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대진연의 활동 방식, 회원들의 연령대, 게시판의 맥락상, 그 가능성은 낮다고 추론할 수 있다.
대진연은 대학생 회원들의 자유와 개성을 엄격하게 단속하고 철저한 집단주의, 전체주의를 추구하고 있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단체의 정체성이 대학동아리와 정치결사체 사이 오가고, 학생들의 생활비까지 책임져 주는 단서도 찾을 수 있었다. 우려를 자아내는 부분 몇 가지를 아래 추려보았다.
자아비판 이유 “집단보다 개인을 더 우선시했습니다.”
고된 수험생활을 끝내고 자유를 찾은 대학생이면 그 어느 때보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할 때다. 아래 글을 쓴 회원은 집단보다 개인 일정을 우선시했다고 공개 자아비판 글을 쓰고 있었다.
자아비판 이유 “‘혼자가 편하다’, ‘혼자있고 싶다’라는 말을 한 적이 많습니다.”
내향인이라면 혼자가 편한 것은 당연한데 아래 회원은 이를 자책하며 자아비판 글을 쓰고 있었다. 대진연이 신입 회원들의 성격 개조를 노골적으로 시도하고 있다고 짐작할 수 있다.
자아비판 이유 “개인주의 사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 속내를 타인에게 터놓는 일이 어려운 사람은 흔하다. 잘못도 아니다. 아래 회원은 이런 모습을 ‘개인주의 사상’이라고 자책하며 공개 자아비판 글을 쓰고 있었다.
‘내 생각이 옳은가, 내가 속한 집단의 생각이 옳은가?’ 이 질문은 사회생활 하며 평생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아래 회원은 본인 기억에 오류가 있었다는 단순 실수를 근거로 스스로 집단 중심성이 부족해졌다고 자책하고 있었다.
자아비판 이유 “자유주의와 자기중심성이 강합니다”
아래 회원은 자유주의와 자기중심성이 강하다고 자책하며 자아비판 글을 쓰고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예술가, 기업 창업가들은 자유주의와 자기중심성이 강하다. 본인의 성향이 그렇다면 성격에 맞는 진로를 찾아 나서야지 대진연의 이념을 위해 본인의 성격을 고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자아비판 이유 “옷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래 회원은 옷이 많다고 자책하고 있었다. 옷과 패션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이라면 훌륭한 패션 산업 종사자로 성장할 수 있다. 이렇게 대부분 개인 취향과 관심사로 넘어갈 사안을 놓고, 고등학교 갓 졸업한 대학생들이 자책하며 자아비판 글을 쓰고 있었다. 대진연 학생들의 옷차림이 왜 다 비슷비슷한지도 이제 이해된다.
자아비판 이유 “안락한 개인의 삶에 안주하려고 했습니다.”
대학생이 안락하다면 얼마나 안락하겠는가? 학업, 진로, 생계, 취직, (남자라면) 군입대의 현실적 고충이 동시에 몰려오는 시기다. 아래 회원은 본능적으로 대진연의 활동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자아비판 글을 통해 되려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었다.
대진연의 단면 “후배가 특정 취향을 고집하는 모습을 부정적으로 여기고 주변에 얘기”
아래 자아비판 글은 좀 다르다. 해당 회원이 잘못한 것이 맞기 때문이다. 후배가 특정 취향을 고집하며 자기 치장에 소비한다고 주변에 험담하고, 따돌린 정황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글조차도 대진연의 내부 문화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다시 확인해 준다. 모난 돌이 철저하게 정 맞는 비민주적 문화임을 알 수 있다.
자아비판 이유 “술병이 나, 후배와 약속한 날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술병으로 하루 종일 누워있는 것은 대학생의 특권이라고도 할 수 있다. 크게 자책할 필요도 없고 수치심을 유발하는 공개 자아비판 글을 쓸 필요는 더더욱 없다.
자아비판 이유 “대진연에 한 발만 걸쳤습니다.”
대진연은 대학생 동아리인가 정치결사체인가? (회원모집 할 땐 대학동아리처럼, 활동할 땐 구국의 정치결사체처럼 운동한다.) 아래 회원은 대진연에 한 발만 걸쳤다며 자아비판 글을 쓰고 있었다. 대진연에 ‘올인’한다는 것은 학업, 생계, 취업을 포기한다는 것일 텐데, 대진연은 활동가들의 생활비를 책임져 주는가?
대진연이 회원들의 생활비를 책임지고 있다는 정황도 보인다. 아래 글엔 대진연 활동에 전념하느라 아르바이트도 못 한 회원이 등장한다. 그리고 글쓴이는 그의 생계가 본인 책임이라 적고 있다. 대진연은 정치 공동체를 넘어 경제 공동체이기도 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대진연은) “나의 원룸 보증금도 척척 내어놓는다.”
대진연 간부가 지은 시, <참 고마운 대진연>에서는 “나의 원룸 보증금도 척척 내어놓는다”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자아비판 이유 “공감하며 그 동지를 위로했습니다.”
아래 회원은 다른 회원의 고충에 공감했다는 이유로 자책하며 자아비판 글을 쓰고 있었다. 타인의 어려움에 공감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보편적 미덕일 텐데, 대진연은 이를 ‘감정 달램’, ‘솜사탕’이라고 치부하며, 그 회원이 진정 필요한 것은 ‘비판’이었다고 한다.
‘후배 일기’
‘후배 일기’라는 낯선 용어도 등장한다. 아래글에 따르면 내용의 깊이가 떨어지지 않고 형식적이지 않게 작성해야 한다는데, 무슨 용도인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군대와 같이 특수한 조직은 비상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엄격한 규율, 상명하복, 집단주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대진연의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이 더 중요해진다. 대진연은 대학동아리인가 무력 정치결사체인가? 젊은 대학 시절을 다 바치며 본인의 성격을 개조해야 할 만큼 중요한 대학동아리가 세상에 존재하는가.
공개 망신을 주는 자아비판은 그 수법도 나쁘지만, 젊은 대학생들의 개성과 인격을 훼손하고, 집단행동 기계로 만들려는 의도도 훤히 보인다. 이렇게 자아비판 글을 써야 했던 학생은 서서히 본인의 정체성을 잃어가며 대진연에 복무하다 사회 초년생이 되기도 전 범법자가 되는 흐름도 맥락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학생들의 가족은 이 게시판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이 기사에 8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평소 궁금했던 단체였는데 좋은기사 고맙습니다. 기자님~!!
새로운 기자님 오셔서 반갑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기사 부탁드려요 ^^
이정도면 사이비 아닌가요.. 멋모르는 어린 학생들이 세뇌당한다 생각하니 걱정이 큽니다
끔찍하네요...
와~ 이건 뭐.....
알면 알수록 놀라운 그 쪽 세상입니다.
기가막히네요 뭔 저런 사고방식을 대학생이 순수하고 즐겁게 대학시절을 보내야 할
학생들이 너무 안타깝네요
대진연이 무슨 집단이가 했더니
거의 사이비종교집단 수준인가 봅니다
놀랍습니다
무슨 종교집단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