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2시간 전

난잡해진 '닥터X', 원작 파괴에 5·18까지 시청률 20% 앞두고 난감

24일 방영된 닥터X의 인트로 장면. 5월 달력에서 18일 대신 '닥터X'의 로고가 자리했다. © 2026.10.25., SBS.
24일 방영된 닥터X의 인트로 장면. 5월 달력에서 18일 대신 '닥터X'의 로고가 자리했다. © 2026.10.25., SBS.

일본의 명품 의학 드라마 닥터X의 리메이크로 제작 전부터 시청자들의 기대를 모았던 SBS 금토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이하 ‘닥터X’)가 역사 왜곡과 원작 파괴 논란에 휩싸였다. 원작에서 홀로 사투했던 주인공 캐릭터에 의사 소개소의 협동이 얹어지고, 대학병원 외 갈등축은 대폭 삭제된 데에 이어 이번엔 5·18 운동까지 직접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어제(24일) 방영된 닥터X의 6회에선 5·18 운동을 암시하는 달력 이미지로 인트로를 구성했다. 40여 년 전 군이 발사한 총알이 머리에 박힌뒤 PTSD에 시달리는 오상범(하성광 役)은 구서대병원에 의해 총알 제거 수술을 권유받았다. 그러나 이는 병원 재단이 폐원을 앞두고 민주화운동 PTSD 환자에게 선심 쓰듯 수술을 진행하여 여론을 바꾸려는 언론 플레이였다.

환자가 식물인간이 되거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치명적인 수술에 다른 의사들은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수술을 기피했다. 수술 콘퍼런스 자리에서 주인공 계수정(김지원 役)은 자신이 집도하겠다고 나서고, 오상범은 5·18 운동에서 당시 군인들이 어린이를 향해 무차별 사격했다는 명백한 증거품이 될 수 있다며 머리에 박힌 총알을 꺼내고자 했다.

그러나 계수정이 5·18을 재경험하거나, 생사조차 불분명한 형의 앳된 모습과 목소리가 들리는 환각증세를 보이는 오상범에게 "수술하면 현재 보이는 형의 환상과 환청이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면서 오상범은 수술을 거부하며 도망친다.

병실에서 사라진 오상범을 CCTV를 뒤져 찾아낸 박태경(김우석 役)이 마취과의사 조원진(이진희 役)과 오상범을 찾으러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던 순간. 닥터헬기의 굉음과 강한 불빛과 함께 지두석 전 대통령이 의식을 잃은채 병원으로 이송되는 것을 마주하는 데에서 엔딩을 맞이했다.

원작은 오직 수술만을 향해 돌진하는 다이몬 미치코(요네쿠라 료코役)이 성과와 돈만을 쫓는 다른 의사들과 갈등을 빚는 이야기로 수술과 권력 다툼 이야기가 주가 된다. 환자의 과거사가 아니라 다른 의사들이 병원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파벌 싸움 속에서 환자들을 위험에 빠뜨리기도 하는 '사내정치'극이다.

23일에 방영된 5회 역시 원작파괴라는 평을 받았다. 나대일(장승조 役)의 응급실 난동 사태에서 계수정이 의료용 칼에 베이는 일이 일어나자 후배인 박태경(김우석 役)이 몸을 날려 막으려다 실패하고, 의사 소개소장(이정은 役)과 유미경(김정영 役)이 협박하며 한의사 양응구(최덕문 役)가 목 뒤 혈자리에 침을 놓아 전신을 마비시킨 채 안구를 침으로 찌르려 한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이 이어졌다.

원작에서는 인간관계가 넓지 않은 다이몬 미치코가 소개소장 칸바라와만 인간관계를 맺을 뿐, 병원에서 일어난 일에 소개소 사람들을 개입시키지 않는다. 원작의 극적인 대비도 사라졌다. 병원장을 완전한 악인으로 규정하지 않고 고개숙여 사과하는 씬을 넣었고, 계수정 파벌의 의사들이 생기면서 1대 다수라는 대비감도 무너진지 오래다.

스튜디오S 이옥규 CP SNS 갈무리.
스튜디오S 이옥규 CP SNS 갈무리.

제작사 스튜디오S 이옥규 책임 프로듀서(CP)는 개인 SNS 계정을 통해 '닥터X' 포스터와 함께 "NO FEAR(두려운 것이 없다)"라는 문구를 게재했다. 비판적 여론을 정면으로 겨눈 셈이다.

5·18 당시 학생들이 간첩이 내통했다는 내용으로 잘못 알려지며 홍역을 겪은 '설강화'에 이어 5·18을 드라마가 다루는 방식이 시청자들에게 불편함만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닥터X의 차라리 '오월의 청춘'처럼 제대로 심도있는 이야기를 했더라면 오늘과 같은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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