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8시간 전
조희대 사퇴 요구했던 판사마저 “국조, 멈추라”
법관대표회의가 정기회의를 11월 30일로 앞당
조희대 사퇴를 요구했던 판사도 여권의 사법부 압박을 비판
민주당, 국정조사 결정을 다음 주 의원총회로 미뤄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다음 달 7일로 예정했던 하반기 정기회의를 오는 30일로 앞당겼다. 더불어민주당의 조희대 대법원장 국정조사 추진과 이재명 대통령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를 둘러싸고, 법원 내부에서 집단적인 의견 표명을 요구하는 법관들이 잇따른 가운데 내린 결정이다.
반발에 참여한 법관 중에는 앞서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던 판사도 있다. 조 대법원장 개인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여권이 재판과 대법관 인사에 어디까지 관여하려는 것인지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당초 예정했던 국정조사 요구서의 본회의 보고를 미루고 당내 의견을 다시 수렴하기로 했다.

12월까지 기다리지 않겠다는 법관들
법관대표회의는 6일 구성원 투표와 운영위원회 논의를 거쳐 정기회의 개최일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진행한 투표에서 일정을 앞당기는 의견이 더 많았다는 설명이다.
법관대표회의는 각급 법원에서 선출한 대표 판사들이 사법행정과 법관 독립에 관해 의견을 내거나 개선을 건의하는 회의체다. 매년 4월과 12월 정기회의를 열지만 필요하면 개최일을 바꿀 수 있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 다룰 구체적인 안건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현재 법관대표들이 결정한 것은 회의 조기 개최이며, 여권을 비판하는 공동 입장 채택까지 의결한 것은 아니다.
회의 소집을 촉구한 법관들은 국정조사뿐 아니라 대법관 인사 문제도 거론했다. 남준우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는 지난 3일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글을 올려 대법관 재제청 사태를 논의할 임시회의 개최를 요구했다. 강동원 법관대표회의 의장 겸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는 긴급한 필요가 있으면 임시회의를 소집하거나 정기회의를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법관대표회의는 정기회의 날짜를 변경했다.
조희대 사퇴 요구와 여권의 압박은 별개
이번 법원 내부 논의에서 주목할 인물은 정욱도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다. 정 부장판사는 계엄 이후 사법부의 대응을 비판했고, 조 대법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던 법관이다.
그러나 그는 지난 2일 코트넷에 올린 글에서 여권의 국정조사·탄핵 논의를 비판했다.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을 대법원장에게 특정 후보 제청을 강제하는 권한으로 바꾸려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개별 재판에 대한 불만이나 영향력 행사 시도를 이유로 사법부를 압박한다면 법관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다.
정 부장판사는 여권에 “부디 이성을 찾고 그쯤에서 멈추시기 바란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던 자신도 사법독립 침해에는 같은 목소리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대법원장의 거취에 대한 비판이 여권의 사퇴 강제까지 정당화하지는 않는다는 구분이다.
대법원장 다음에는 개별 판사인가
성찬용 인천지법 부천지원 판사는 지난달 30일 코트넷에 올린 글에서 최근 사법제도 개편을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빗대 비판했다. 법관들은 평판사부터 법원장급까지 공감하는 댓글을 남겼다.
조미연 청주지방법원장은 여권이 원하는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대법원장을 압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는 여권의 기대와 다른 판단을 한 개별 판사에게도 책임을 묻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다. 조 법원장은 “이제는 목소리를 낼 때”라고 했다.
법관들은 대법원장 한 사람의 거취를 넘어 자신들의 재판 독립을 문제 삼고 있다. 조 대법원장에게 비판적이었던 정 부장판사까지 여권에 중단을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법관들은 대법원장을 비판할 수 있다는 입장과 정치권이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고 사법부를 압박해도 된다는 입장을 구분하고 있다.
대법관을 누가 고를 것인가
대법관 재제청 갈등에서도 대통령과 대법원장은 권한의 범위를 놓고 맞서고 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지난 8월 28일 조 대법원장이 제청한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다른 후보자를 제청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재제청 요구에 헌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대통령 측은 지난달 13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대통령의 임명권에는 후보자의 적합성을 판단하고 임명하지 않을 권한도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국회의 동의 절차를 밟기 전에 새로운 후보 제청을 요청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 부장판사는 여권이 원하는 후보자를 대법원장에게 제청하도록 강제하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대통령은 후보자 선별 권한을 주장하고, 비판에 나선 법관들은 그 과정에서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고 묻고 있다. 법관대표회의 소집을 요구한 남 부장판사 역시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국정조사 결정 미뤄
민주당은 국정조사 추진을 둘러싼 당내 이견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5일 본회의에 요구서를 보고할 계획이었지만, 지난 3일 의원총회에서 의견을 더 듣기로 하면서 일정을 미뤘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6일 당내 의견을 세 가지로 설명했다. 탄핵을 요구하는 의견, 탄핵은 무리라는 의견, 국정조사를 먼저 진행하자는 의견이다. 지도부는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지만, 다음 주 의원총회를 거쳐 최종 결정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추진을 철회한 것은 아니지만, 당내 합의 없이 당초 일정대로 진행하지도 못한 상태다.
지난해와 달라질지는 30일 결정
법관대표회의는 지난해 5월 26일과 6월 30일에도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대법원 판결을 둘러싼 논란을 논의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공동 입장을 채택하지 못했다. 6월 회의에서는 사법 신뢰와 재판 독립 등에 관한 5개 의안을 모두 부결했다.
이번에는 조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했던 법관까지 여권의 압박을 비판하고, 법관대표들도 정기회의를 앞당기기로 했다. 법관대표들이 오는 30일 어떤 안건을 상정하고 의결하느냐에 따라 법원 내부의 개별 비판을 공동 입장으로 정리할지가 결정된다. 여권이 대법원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법관들은 대법관 인사와 개별 재판의 독립 문제까지 함께 논의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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