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5시간 전
히로세 스즈 씨 '너 말고 다른 연애' 하시길 [리뷰]
그대, 별처럼 韓 개봉, "부모 부양 의무 없어"

소설 원작의 일본 영화 〈그대, 별처럼〉이 국내에서 개봉했다. 그러나 주인공 카이(요코하마 류세이 役)의 실수와 아집들이 아키미(히로세 스즈 役)를 괴롭게 옭아매며 연애가 그녀의 족쇄가 되었다. 얼마전 종영한 드라마처럼 '너 말고 다른 연애'를 그녀에게 추천해야 할 판이다.
요코하마 류세이 주연의 영화 〈그대, 별처럼〉이 한국에서 개봉한지 열흘이 지났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작으로 상영된 뒤 국내 팬들에게 알려지며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초반부 이야기는 열일곱에 처음 만난 여름의 카이와 아키미의 모습을 그린다. 둘 다 부모의 부재와 결핍 속 '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는 것'을 꿈꾸며 발버둥 친다. 불행 소재로 자주 쓰이는 부모의 불륜이나 풍속업 종사는 이들에게 부모를 벗어나고픈 존재로 만들면서, 동시에 그런 부모에 대한 연민과 걱정이 삶에 대한 집착을 만든다.
도쿄로 이사를 간 카이는 풍속업에 종사하며 남자에게 의존하는 엄마와 처음으로 떨어지게 된다. 온전히 만화를 그리는 제 인생에 집중하게 되자 엄마는 돈을 달라고 채근하고, 카이는 버는 족족 돈을 건네주며 금전적인 감각도 잃게 된다.
이때부터 카이는 수염이 점점 자라며 눈이 퀭한 상태로 나오는데, 모습과 행동이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남자판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하지도 못하고, 서툴다는 이름 뒤에 숨어 술과 유흥으로 시간과 돈을 탕진한다. 불륜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진 아키미에게 절대 바람피지 않겠다고 말 해놓고 제 침대에서 다른 여자의 머리띠도 튀어나온다.
게다가 몇 달만에 불쑥 찾아와 아키미를 호텔로 초대한 카이는 대화도 단절한 채 일에만 몰두한다. 그릇된 태도로 대화를 이어가는 카이에 지친 아키미는 둘이 그리던 불꽃놀이가 시작되기 전 이별을 고하고, 카이는 그런 아키미를 겁탈하려 한다.
강압적인 행동에 아키미는 눈물을 흘리지만, 침대 옆 자리로 밀쳐진 카이는 며칠간 밤을 샌 탓에 바로 곯아떨어진다. 그런 카이에게 아키미는 "돈 걱정도, 부모 걱정도 안 할 수 있게 자신을 강하게 지켜줄 수 있는 남자를 바랐다"며 헤어짐을 통보하고 떠난다. 이렇게 중반부까지 망가지고 희생되는 캐릭터들은 전부 여성으로 그려저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중반부부터 이야기는 급선회한다. 카이의 버디이자 만화 작화가는 미성년자 남성 애인과 여행을 간 것이 밝혀져 수 년에 걸쳐 자살을 기도하다 카이에게 유서를 쓴 뒤 카이의 앞에서 자살한 채 발견된다. 이 뒤에도 끊임없이 불행의 수렁에 빠지며 카이는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을 것처럼 추락한다.
히로세 스즈가 연기한 아키미는 다른 남자와 사랑이란 것을, 설렘이란 것을 경험하지 못하고 엄마의 인생과 빚에 발목잡혀 30대까지 섬에서 삶을 보낸다. 자신이 선택한 직업으로 자신의 삶을 빛나게 보이도록 만든 것도 아키미지만, 그녀의 감정적이 진정 밝게 빛났는지는 의문이다.
한편, 〈너 말고 다른 연애〉는 29년 전 남궁호와 이미도 두 주연이 처음 만났던 강릉 바다에서 서로를 향한 원망과 죄책감을 깨끗이 정리하고 웃으며 이별했다. 이어 서로가 진정으로 설레는 사람과 이어지며 극을 마쳤다. 아키미는 끝까지 후련한 마음은 커녕 마음 속에 침전한 구질구질한 감정만을 건져 올리며 극을 끝냈다.

쇠약하고, 추락한 카이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배우 요코하마 류세이는 17세 역할일 때보다 9kg 가까이 감량했다.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은 인물들의 변화에 맞춰 극을 세 장으로 나누어 카메라의 종류부터 음향 및 질감을 각기 다르게 연출했다.
섬에서 태어난 것만으로도 제약이 생기는 현실을 다룬 것은 물론, 감독은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금수저'와 '흙수저'에 대한 이야기"도 다뤘다고 밝혔다.
때문에 어른들의 보살핌 없이 어렵게 살아가는 이 둘의 모습에 관객들 역시 여운이 오래 느껴진듯 했다. 실제로 상영관을 방문했을 때 극의 3장이 상영되며 음악이 줄어들고 정적이 이어지자, 관객들이 집단으로 눈시울이 붉어진 듯 코를 훌쩍였다.
그러나 어두운 감정에 갇혀 우유부단하게 행동하는 아키미의 서사는 가슴 한구석을 답답하게 짓누른다. 희생과 굴레로 얼룩진 관계를 낭만으로 포장하기엔 그녀가 짊어진 삶의 무게가 너무나 가혹했다. 아키미가 진정한 자신의 빛을 찾을 수 있도록 '너 말고 다른 연애'를 시작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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