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1시간 전

MBC 초유의 '아동학대' 리얼리티 방영… 피해 아동 동의는 받았나

MBC가 제공한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홍보 이미지. © 2026.10.26., MBC.
MBC가 제공한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홍보 이미지. © 2026.10.26., MBC.

MBC가 11월 2일 아동학대 의심 가정을 다루는 리얼리티 예능을 방영할 예정이다. 출연자인 오은영 박사가 "이건 아동학대가 맞다"며 "신고하겠다"고 단언했는데, MBC는 패널들의 눈물에 포커싱을 맞추고 피해 아동의 얼굴을 공개한 채 방송을 감행한다. 자칫 아동에게 사회적 낙인을 남기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다음달 2일에 방영되는 '오은영 리포트- 결혼 지옥(이하 '결혼지옥')'에서는 아들에게서 도망치고 싶은 여성이 "내가 죽어야 이 지옥이 끝날까 싶다"며 "자신의 위험한 행동으로부터 아들을 구해달라"라고 호소하며 어떤 비난과 지탄도 감수하고 나왔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여성의 남편은 "둘 중 하나는 죽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여성은 "출산 직전까지 임신 9개월 동안 본인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아이의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하루 종일 집 안을 청소하고 물건의 위치와 각도를 맞추는 장면이 나온다. 이어 아이가 장난감은 꺼내는 순간부터 숨이 막히고, 청각에 예민해 아이가 웃고 우는 소리조차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남편이 출근한 뒤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자 여성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거칠게 반응한다. 뿐만 아니라 아이를 혼자 방에 남겨두는 등 위태로운 상황이 반복되고, 예상보다 심각한 모자의 일상에 남편은 화면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채 눈물을 쏟아낸다.

아이의 위태로운 모습에 스튜디오에서도 탄식이 끊이지 않는다. 장동민은 "오늘은 못 보겠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라며 고개를 돌리고, 소유진은 "경찰을 불러야한다"라며 안타까워한다. 오은영 박사 역시 "아이가 너무 가엾다"라며 심각한 고민에 빠졌고, "이건 아동학대가 맞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전문가조차 경찰 등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진단할 만큼 엄중하고 위태로운 학대 상황임을 출연진 모두가 공감했다. 오은영 박사는 어떤 상황에서도 약자인 아이의 편에 서야 한다며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절차에 따라 신고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제작진은 이 장면들을 홍보 수단으로 활용했다. 제작진은 매체들에 아동학대 사안에 경악, 탄식했다는 말과 아이와 같이 생활하는 것을 '지옥'이라고 표현하는 여성의 말을 강조한다.

이번 방송으로 피해 아동의 추가적인 인권 침해도 우려된다. 관찰 예능의 특성상 부모의 얼굴은 물론 집안 환경과 아이의 일상이 매체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한 번 디지털 공간과 방송에 기록된 영상은 피해 아동이 자라나는 내내 따라다니며 사회적 낙인으로 남게 된다. 더구나 사춘기도 지나지 않은 어린 아이가 방송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초상권 사용에 자발적으로 동의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한편, 과거에도 '결혼지옥'은 의붓아버지가 아동에게 가한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여과없이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거센 성토를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또다시 아동학대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동력 삼아 눈길을 끌려는 행태는 MBC의 윤리적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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